"샤콘느는 나에게 있어 가장 경이적이며 가장 신비로운 작품의 하나입니다.
그 작은 악기를 위해서 바흐는 그토록 심오한 사상과 가장 힘찬 감정의 세계를 표현한 것입니다.
내 자신이 어쩌다가 영감을 얻어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면 나는 너무나 벅찬 흥분과 감동으로 미쳐버리고 말았을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일류의 바이올리니스트가 가까이 없다면 그것을 그저 마음 속에서 울리게 해 보기만 해도 더할 수 없이 황홀한 음악이 샘솟을 겁니다."
- 브람스 :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이 작품에게 물질에 대한 정신의 승리'라는 별명을 누가 처음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이 작품에 깃든 의식과는 별로 상관 없는 말이다.
물질에 대한 정신의 승리?
그렇다면 정신에 대한 물질의 패배는 어디에 있는가? 아마 그는 <무반주>라는 것을 이용하여, 그것은 - 그런 것 <따위는>! - 이 근사한 침묵이라는 반주자에게
맡겨버리면 된다고 말하지 않을까싶다.
그가 작곡가라면 자기가 만족할 만한 작품을 남길 수는 있겠지만, 본질이라는 품에 영원히 보호될 작품은 해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작곡가에겐 소리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침묵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안다. 자신은 소리를 엮는 것이 아니라,침묵을 엮어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해뜨는 모래사장 위에서 귀엽게 뛰어놀고 있을 물질과 정신이라는 아이들을 굳이 이 작품에 불러내어야 한다면,
이 작품은물질과 정신의 하나이자 소리와 침묵의 하나이다.
그것은 문장 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어서, 샤콘느는 이것을 숙명처럼 대하게 된 작곡가들의 서랍 속 비밀 일기장으로 자리잡게 된다.
자료에 의하면 많은 작곡가들이 이 작품에 열광했고 브람스와 같이 고백하는 것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러면 이 곡의 작곡가인 바흐는 어땠을까? 재미없는 사실 따위는 천사들이 즐기도록 내버려 두고, 즐거운 추측을 해보자면
내 생각에 바흐는 이 곡에 대한 작업을 그리 어렵지 않게 끝냈을 것 같다. 그리고 마음에 들건 아니 들건 그러한 것 조차 느낄 겨를없이 다른 것에 바빴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잊어버렸다.
그는 이 작품에서 우리가 느끼는 고귀함이라던가 신성함이라는 것의 표현자가 되는 것은 반대할 것이다. 즉 그 자신은 이
작품에 대해 - 이 곡은 내가 썼던 그 어느 곡 보다 신성하며 신의 마음에 가장 가깝게 위치한 작품이다! - 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말 자체가 그렇지 않다는 진술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 작품은 인류 역사상 가장 고귀한 음악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그것이 된 것이다.
이미 그것이 된 것은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렇지 못한 것만이 그것을 말할 뿐이다.
작곡가들은 이 작품을 연구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사실 그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 연구를 통해 이 작품에서 무엇을 배웠다는 것은 좀처럼 인정하기 힘들다.
그들은 마음 속에서 이 음악을 떠올려 보는 것에서 더욱 행복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고,
그것을 갖는 것이 아닌, 그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즐기게 된다.
실로 샤콘느는 영감을 가둔 커다란 병의 단단한 뚜껑을 시원하게 따주는 것에 대단한 재능과 힘을 지니고 있다.
무엇인가 막힐 때, 이 음악을 떠올려보면 정말 행복한 생각이 그 뒤를 따라오는 것이다.
샤콘느를 너무 어렵게 취급하는 사람,
특히, 어떤 음악적 패배감을 느끼는 사람은 - 바흐는 당신과 싸울 이유가 없다 - 이음악을 좀 가지고 놀 필요가 있다.
그것이 이 음악이 가진 신성함과 고귀함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자신을 어느 한 쪽에 가두어 버리는 행위다.
이미 신성하며 그것이 되어 있는 이 작품에 더 이상 추가해야 할 고귀함이 어디있는가.
샤콘느의 신성함은 모든 것을 안고 있는 고귀함이지 세상 어느 한 부분에 자리잡은 것이 아니다.
그것이 된 것은 모두를 안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가지려고 하는 것만이 그것을 가려내는 것이다.
부조니는 샤콘느를 가장 잘 가지고 놀았던 사람으로 평가된다
그는 피아노를 위한 바흐의 샤콘느를 개발했다. 나는 이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샤콘느는 좋아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것을 끌어안은 신성함의 영역에서 자신의 풍요로움을 즐기는 것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음악에서 부조니는 자연스럽게 바흐적인 요소를 넘어서 - 피하는 것이 아니다 - 두터운 화음과 피아노의 넓은 영역을 활용하였다.
그는 원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 같은 편곡 스타일을 선택할 수가 없었다. 그는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수정과 덧칠로 피아노만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더욱 몰두했다.
이 부조니의 샤콘느에 대한 내 생각은 피아노 음악으로는 훌륭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 여기서 더 이상 이 곡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는 놀라운 일을 했다는 것이고,
나는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이 놀라운 일을 해내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제
당신의 샤콘느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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