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제 2기 대통령 실장으로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돼 논란이 일고 있다. 그의 '화려한' 과거 경력 때문이다. 김 실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민간인의 재산을 강탈해 설립한 장학회의 제 1기 장학생으로, 졸업 후 장학회 졸업생의 모임인 상청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서울대 법대를 거쳐 검사로 임용된 후 1972년에는 평검사로서 유신헌법 제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1974년부터 1979년 사이에는 중앙정보부에 근무하며 각종 간첩조작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92년 대선에서는 김영삼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여론조작을 시도한 <초원복집사건>에 직접적인 참여를 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으로 정국이 뜨거운 이 시점에 대통령 실장에 임명된 것은 황당한 일이다. 그가 유신 정권 당시 정권에 충성도가 높았던 반민주적 인사이며 동시에 1992년 불법적 선거 조작을 시도한 인사인 이유다.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의 이러한 경력들을 돌아보면 그의 대통령 실장 임명 사실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인사권은 대통령이 지닌 고유의 권한이다. 그리고, 대통령에게 고유한 인사권을 부여한 이유는 유능하면서도 대통령과 코드가 일치하는 인사를 임명해 국정 운용을 원활하게 하라는 것이다. 그점을 생각한다면 이번 인선에 대한 막연한 비난만을 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국민의 여론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번 인선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인사권이 대통령 고유의 권한임을 떠나 민주사회는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고, 이 전제에 따라 대통령 실장의 인선 과정에서도 국민의 여론이 고려되어야만 하는 까닭이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인선에 대한 문제로 여러차례 몸살을 앓아왔다. 그만큼 이번 인선에 더욱 조심스러워야만 했다. 같은 실수를 두 번 하는 것은 프로가 아니라고 하는데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으로 보아 박근혜 정부의 인선 방식은 아직도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김기춘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막후 자문 모임이라는 7인회의 멤버다. 그만큼 박근혜 대통령과는 오랜 시간 신뢰 관계를 구축해왔다는 것인데, 그러한 대통령과의 관계를 잘 활용해 "YES맨" 만이 존재한다는 청와대에서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할 줄 아는 비서실장이 되어주길 바란다. 그의 과거 경력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왕 비서실장을 맡은 김에 청와대와 우리사회에 악영향을 주는 인사이기보단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사가 되길 바란다. 그의 지난 과거들에서처럼 정권에 충성하기만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또 다른 오명을 남길 수 밖에 없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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