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010:45:26헤럴드경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이 4대강 개발사업과 관련한 속내를 밝혀 주목된다.
한국 천주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교회의 지난 3월 결정이 “4대강 개발을 반대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한 것이다. 그동안 천주교가 앞장서 4대강 사업 반대를 주도해온 것처럼 보인 모양새와 사뭇 다르다. 정 추기경은 지난 8일 명동 서울대교구청 집무실에서 가진 저서 ‘하느님의 길, 인간의 길’ 출간 간담회에서 “주교회의의 결정은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아니었다. 난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제대로 잘 개발해 달라는 취지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주교회의는 춘계총회를 마친 뒤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성명을 발표, 가톨릭계가 공식적으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성명을 계기로 일부 천주교 사제들은 지난 6월에 8박9일 동안 4대강 개발 반대 거리집회를 개최, 불교계 일부와 함께 반대 여론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정 추기경이 이날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주교회의 의사가 잘못 전달됐음을 시사, 앞으로 천주교는 물론 종교계 전반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사실 종교계의 전반적인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은 정치적 현실참여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 정책이나 현실 문제에 관해 의견을 피력하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는 자제하는 게 옳다. 지나치게 깊숙이 간여할 경우 판단 오류와 함께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불교계의 종교 편향성에 대한 항변과 시정 요구도 마찬가지다. 올해 185억원이었던 템플스테이 예산이 내년에 125억원으로 삭감된 게 섭섭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정부 관계자와 여당 의원들의 사찰 출입을 거부하고 4대강 사업까지 공식 반대하고 나선 것은 편협하게 보인다.
종교계마저 국회처럼 힘으로 의사표시를 하려 해선 국민에게 희망이 없다. 갈라진 국민 여론을 한곳에 모으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화합의 주도층이 종교 아닌가. 인간은 자연을 이용하고 보전하며 조화를 지향한다. 4대강 사업이 장기적으로 생명 존중과 맞닿아 있는 만큼 환경 파괴와 예산 낭비 여부를 철저히 감시하는 게 종교계의 몫이다. 어떤 이해관계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기성 썩어빠진 정치인들과 다를 게 없다. 논란을 종식하고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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