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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카메라 구입하는 요령 [3] 보다 다양하고 전문적인 분야로 들어가고자 할 때
이름: 노상권 * http://sajinanolja.com


등록일: 2016-03-29 13:02
조회수: 788 / 추천수: 310


미리 말해두지만 이 단계에서는 절대적으로 실력이 받쳐주지 않는 한 아무리 장비를 바꿔대도 좋은 사진은 나와주지 않는다. 라이카를 쓴다고 브레송같은 사진이 나온다면 그건 카메라가 아니라 악마의 장난감일 것이다. 5D든 600mm든 매크로든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사진들로 충분한 연습이 되지 않고 바로 더 어려운 분야에 도전하려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는 점을 재삼 강조하고 싶다.

[프로용 바디]
캐논 5D, 나아가 니콘 D2X(s)와 캐논 1D MKII N과 1Ds MKII, 또 더 나아가 마미야 ZD와 핫셀블라드 H3D 등 비싼 바디의 세계는 끝이 없다. 프로용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이런 바디들은 대체 뭐가 더 좋길래 이렇게도 대단한 위용을 자랑할까? 일반인에겐 하등 필요 없는 별의별 사양과 기능을 다 집어넣어놨기 때문에, 이런 미묘한 부분들로도 결과물에서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만 쓰라고, 그런 사람들이라면 어차피 씌울 만큼 바가지를 씌워도 살 테니까, 다리박매가 아니고서는 수지가 맞을 수도 없으므로, 1.2배쯤 더 좋게 내놓고서 2~3배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다. 사는 사람도 다 알면서 기꺼이 바가지를 쓰는 것이고.

이런 차이들이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거나 먼지가 풀풀 날리는, 아마추어들이라면 벌써 집으로 돌아갔을 상황에서도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 사진을 찍어야만 먹고사는 불쌍한 프로들을 위한 방진방습 설계, 단 1/10초 차이라도 놓치면 상관에게 조인트를 까이는 처량한 사진기자들을 위한 고속연사 기능, 단 100만 화소라도 더 큰 용량의 사진을 가져오지 않으면 냉엄한 경쟁사회에서 도태되고 마는 측은한 직업 사진쟁이들을 위한 고화소수, 그리고 참으로 까칠한 사람들에게나 쓸모 있을까 말까한 몇몇 소소한 기능 차이들.

잘라 말하지만, 99% 이상의 DSLR 유저들에게는 필요 없는 바디가 이른바 프로용이니 플래그쉽이니 하는 미사여구로 치장한 물건들이다. 어설픈 필름 복고붐도 마찬가지다. 라이카나 콘탁스로 찍으니 과연 더 잘 나오던가?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만 보면 나는 블라인드 테스트 좀 하고가라며 붙들고 싶다. 정말 돈 펑펑 쓸 것을 감수하고 필름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면 차라리 중형카메라 쪽으로 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이마저도 스캔해서 웹에 올려놓으면 결국 같아보일 테지만.) 속지 말자, 뽐뿌 알바.

[아마추어 포토저널리스트와 업무용 사진촬영을 위하여]
요즘은 일반인이라도 인터넷 매체를 통해 시민기자로, 포토저널리스트로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다. 사진이 주업무까지는 아닌 기업 홍보실 직원, 각종 단체의 홍보/사진 담당자, 사진 찍는 일을 겸해야 하는 잡지사 기자도 찍어야 하는 종류의 사진은 비슷할 것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서라면 풍경용 바디, F2.8급 표준줌, 망원렌즈 중 '한 단계 더 올라가는' 제품들, 외장플래쉬 중 고급제품 정도가 유용할 것이다. 유난히 고급형 외장플래쉬가 필요하다고 하는 주된 이유는 광량 때문인데, 예컨대 니콘 SB-800은 하위모델인 SB-600보다 2/3~1스탑 더 유리하다. 취미를 뛰어넘는 수준의 실내촬영이 잦다면 이 정도는 의미있는 차이가 된다.

[사진여행가를 위하여]
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특히 장기 해외여행)을 하는 아마추어 사진가들도 많아지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장비의 무게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보급형 및 풍경용 DSLR 바디와 2개의 가벼운 렌즈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미니삼각대도 꽤 유용할 것이며, 이미지 저장장치야 말할 나위도 없다.(리뷰용 대형 LCD가 없는 제품은 15만원선, 있는 제품은 40만원선이다.) 여기에 딸려가는 충전기, 충전지들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무게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무게 때문에라도 '프로용 바디'를 선택하지 말 것을 권한다. 바디 자체도 더 무겁거니와 내장플래쉬가 달려있지 않은 제품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여행중 플래쉬가 꼭 필요한 상황은 잊을 만하면 등장하곤 한다. 위의 장비들에다 외장플래쉬, 충전지 1벌, 이를 위한 또 하나의 충전기까지 추가된다는 것은 여행에서는 장난이 아니다.)

렌즈는 취향에 따라 여러 조합이 가능할 것이다. F2.8급 표준줌과 함께 최대한 가벼운 망원(니콘과 캐논의 55-200을 적극 추천한다)을 가져갈 수도 있고, 망원 취향이 아니라면 밝은 단렌즈가 더 유용할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는 플래쉬나 삼각대를 쓰기 곤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니면 풍경의 경우처럼 표준줌 대신 광각줌을 가져갈 수도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교재 역시 광각줌 + 망원줌의 조합을 우선 추천하고 있다.

[스튜디오/제품/모델 촬영을 위하여]
제품사진이건 모델사진이건, 스튜디오에서 찍는다고 특별한 바디나 렌즈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조명 세팅과 연출력이 훨씬(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데, 스튜디오용 조명장비야 일반인이 구입할 일은 거의 없을 테니 넘어가도 될 것이다. 반면 유일하게 세로그립의 유용성을 인정할 만한 게 이 분야다. 보통은 무겁고 크고 오히려 기동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되지만, 세로 프레임만으로 줄곧 찍을 일이 많은 한편 무게나 크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렌즈의 경우 마음껏 접근할 수 있으니 망원까지는 필요 없겠지만 모델사진이라면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준망원 단렌즈인 85.8 정도가 유용하다. 극단적인 아웃포커스를 위해 85.4, 심지어는 85.2까지도 탐내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지만, 그런 사람들은 그 돈으로 우선 [보그]나 [하퍼스 바자]같은 유명 패션잡지부터 구독하시기 바란다. 과연 극단적인 아웃포커스를 구사하는 프로들의 사진이 몇 장이나 되던가?

[특별한 용도의 렌즈들 - 매크로와 초망원]
세상에는 표준, 광각, 망원 말고도 상당히 다양한 렌즈들이 있다. 매크로, 초매크로(캐논 MP-E), 초망원, 반사망원, 어안, 틸트&쉬프트 등등. 그러나 이런 렌즈들은 상당히 다루기가 어렵고 일반적으로는 별 필요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가장 흔히 위시리스트에 올라가는 것으로 매크로가 있을 텐데, 미안하지만 접사란 그렇게 만만한 영역이 아니다. 단지 음식이나 액세서리같은 것을 흥미 삼아 찍어보기 위함이라면 더더욱 매크로 렌즈가 필요치 않다. 앞에서 말한 표준줌이나 망원 중에 기존 렌즈들보다 훨씬 접사력이 좋은 제품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컴팩트의 우수한 접사능력을 믿어보는 것도 좋다. 매크로 렌즈란 이런 일상적 용도를 한참 넘어서 육안으로는 보기 어려운 것을 찍어내는 용도의 제품인 것이다. 초망원 또한 스포츠 사진이나 야생동물 사진으로 먹고사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다 내지 아무리 취미라지만 나는 꽃이나 곤충(접사), 새나 운동경기(초망원)를 찍는 것이 일생의 낙이라는 분을 위한 추천제품은 아래와 같다. 어안이나 틸트&쉬프트(주로 건축사진용)는 써보지 않았으므로 생략한다.

매크로 렌즈는 거의 모든 제품이 다 훌륭하므로 아무 것이나 사도 된다. 단, 망원매크로는 아무래도 화질적으로 불리하므로 표준~준망원 정도의 초점거리를 추천한다. 탐론 90마, 니콘 60마와 105마, 캐논 60마와 100마 등. 더불어 제대로 접사촬영을 하기 위해서는 미니삼각대, 링플래쉬(혹은 적어도 1개의 외장플래쉬), 앵글파인더, (매크로 렌즈에 추가로 달기 위한) 접사링이나 텔레컨버터, 벨로우즈 등이 동원되어야 함을 잊지 마시라.

초망원 렌즈는 상당히 부담이 있는 아이템이라 마음 놓고 추천하기가 쉽지 않다. 상식선을 넘지 않는 가격과 무게에 어느 정도 수준이 된다고 하는 제품으로는 탐론 200-500, 니콘 80-400, 시그마 80-400과 50-500, 캐논 100-400 정도가 있다. 초망원 역시 삼각대와 텔레컨버터를 늘 함께 가지고 다니는 부담 정도는 기꺼이 감수해야 하며, 렌즈 자체의 무게와 크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것보다 좋은 삼각대(헤드포함가 20만원 이상)가 필요해지기도 한다.

X. 마무리
지름신-장비병을 물리치자고 시작한 글이 오히려 부채질하는 쪽으로 흘러가버리지는 않았나 걱정스럽다. 재삼 강조하지만 사진은 실력으로 찍는 것이지 장비로 찍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실력자라면 좋은 장비로 찍은 결과물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장비를 쥐어줘도 결과물은 계속 부족할 수밖에 없다. 초보운전자를 F-1에 태운다고 자동차경주에서 우승할 턱이 없고, 초보연주자를 스타인웨이 피아노 앞에 앉힌다고 명연주가 나올 턱이 없다. 아무나 눌러도 소리가 나오는 게 피아노이니 분명 이 초보연주자도 스타인웨이의 소리를 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건반 몇 개 두드려서 나온 스타인웨이 소리가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는단 말인가. 비싼 장비로 찍은 허접한 사진도 마찬가지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쓴 것은, 그럼에도 내게 필요한 적절한 장비란 엄연히 존재하는 게 또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이 역시 피아노와 마찬가지다. 호로비츠를 되살려낸다 해도 튜닝 자체가 엉망인 고물피아노로 좋은 연주를 들려줄 수는 없을 것이다. 외장플래쉬나 망원렌즈가 없이는 안셀 아담스 할아버지라도 못 찍는 사진이 분명 있다. 장비를 사지 말자는 게 아니라 적절한 장비를 사자는 것이다. 소비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쇼핑중독에 걸리지는 말자는 얘기다.

더불어 사진 자체를 배우는 데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자고 말하고 싶다. 우선은 책을 볼 필요가 있다. 사진의 시대가 도래한 만큼 최근 1~2년 사이에 제대로 된 사진 관련 책들도 많이 나왔다. 카메라 조작법 대충 나열하고 뽀샵질로 때우는 엉터리 교재들에 울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2~3권씩은 읽어보는 것이 좋다(참고글 링크). 사진강좌를 들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오프라인 수강생끼리의 교류와 자극은 독학이나 인터넷으로 얻기 어려운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이 사실이다.

장비병에 걸린 많은 사람들은 그런 자신을 어떻게든 합리화하려는 증상도 동반하곤 한다. 특히 중증인 사람은 유명 사진가까지 끌어들이기 일쑤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브레송이 라이카 M3를 썼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라이카를 동경하고 구입하는 사람은 많은데, 유진 스미스가 올림푸스 펜-F를 썼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펜-F를 동경하는 사람은 왜 거의 없는 것일까? 펜-F는 35mm 필름을 반으로 나눠 쓰는 하프 판형의 소형 SLR로 요즘 남대문에 가면 30만원 이하에 구입할 수 있다. 사진을 위해 카메라가 있고 사람을 위해 사진이 있지 그 역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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